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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왜 거기서 나와...MLB닷컴, KBO리그 '통산 타점 1위' 최형우 집중 조명

최형우(40·KIA 타이거즈)가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에 등장했다. 파란만장의 그의 야구 인생이 소개됐다. MLB닷컴은 9일(한국시간) 최형우와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곧 포스팅 시스템으로 MLB 30개 구단에 공시될 이정후가 아닌 최형우 말이다. MLB닷컴은 최형우가 삼성 라이온즈 입단 3년 만에 방출된 뒤 마음에 칼을 품고 재기를 해낸 사연을 전했다. 당시 22살이었던 최형우는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삼성이 후회하게 만들 것이라는 내용으로 글을 올린 바 있다. MLB닷컴은 "보통 이런 게시물은 희망 사항으로 그칠 때가 많은데 최형우는 이를 실현했다고 소개하며 그가 KBO리그 41년 역사에 가장 많은 타점(1542개)을 올린 선수가 된 사실도 전했다. '국민 타자' 이승엽 현 두산 베어스 감독의 기록을 2위로 밀어낸 점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2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투런홈런으로 1500타점 고지를 밟은 장면을 게재하기도 했다. 최형우는 MLB 전문가 송재우 해설위원의 통역으로 MLB닷컴과의 인터뷰에 임했다. 그는 통산 타점 1위 등극에 대해 "커리어 초반에는 꿈도 꾸지 못한 일이다. 모든 안타, 모든 타점이 중요했고 그것만 집중했다"라고 전했다. 비화도 소개했다. 최형우는 방출된 뒤 경찰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하며 재기 발판을 만들었다. 포수로 프로에 입단했지만, 외야수로 전향하고 타격에 집중했다. 당시 2군 리그(현 퓨처스리그)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당시 삼성을 이끌고 있던 김응용 감독이 그런 최형우를 보고 구단 직원에게 "저 애 아직 우리 팀에 있느냐"라고 물었고, 사실은 이미 방출한 선수지만 질문을 받은 직원이 김 감독에게 "네"라고 긍정한 뒤 재빨리 재계약을 추진했다는 후문도 전했다. 최형우는 "한 번에 말하기에는 너무 긴 이야기"라고 말했다고. MLB닷컴은 이후 최형우가 2008시즌 19홈런·71타점을 기록하며 신인왕에 오른 내용을 소개했다. 최형우는 "방출되기 전, 안일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 실력에 자신이 있었고, 경찰야구단에서 정말 열심히 했다. 이후 나를 증명을 기회를 다시 얻었다"라고 했다. MLB닷컴이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은 스포츠인 야구에서 안 좋은 기억을 떨쳐내는 법은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고 전하며 최형우에게 그 원동력을 물었다. 최형우는 "예전엔 내일이 어떻게 될 지 잘 몰랐다. 안 좋은 날을 보내면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을 갖는 법을 알게 됐다. 언제나 내일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MLB닷컴은 최형우의 남다른 팬 사랑을 전하며 글을 마쳤다. 팬이 선물한 티셔츠를 입고 인터뷰에 응한 그는 "미국 MLB에서도 이런 팬들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정말 열정적이고 항상 응원을 해준다. KIA 타이거즈 경기에서 와서 직접 경험해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였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11.0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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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파란만장한 야구 인생...6시즌 만에 안방 주인 되찾은 김태군

“(김)태군이가 그 자리에 어떻게 올라섰는데요.”한 야구인이 재기 넘치는 표정 뒤에 가려진 김태군(34) 특유의 독기 있는 성향을 귀띔하며 전한 말이다. 주전 포수를 맡기 전까지 순탄하지 않았던 그의 야구 인생을 가늠할 수 있는 말이다. 김태군은 2008 2차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에 LG 트윈스에 지명받았다. 입단 첫해는 6경기에 출전했고, 이후 3시즌(2019~2011)도 60경기 이상 출전하지 못했다. 300이닝 이상 소화한 시즌도 없었다. 주전 포수였던 조인성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고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로 이적한 2012시즌에야 팀 내 가장 많은 수비 이닝(484와 3분의 2)을 막았다. 김태군이 자신의 기량과 성향, 개성을 드러낸 건 2013시즌부터다. 신생팀 특별 지명으로 ‘9구단’ NC 다이노스로 이적했고, 주전 포수를 맡았다. 2013시즌 풀타임을 소화하며 112경기에 출전했다. 이후 2017시즌까지 NC 주전 포수 자리를 지켰다. KT 위즈가 가세하며 10구단 체제(팀당 144경기)로 진행된 2015시즌에는 포수 중 유일하게 전 경기를 소화했다. 리그 포수 최다 수비 이닝(1086과 3분의 2)도 그가 해냈다.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와 밝은 표정은 김태군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그래서 승부욕이 가려지기도 했다. 어렵게 주전이 된 김태군은 그라운드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웠다. 하지만 이후 김태군은 다시 주전을 내줬다. 2018년 1군에서 자리 잡기 위해 미룬 군 복무(경찰야구단)를 뒤늦게 수행하며 잠시 팀을 떠났다. 그사이 NC는 2019시즌을 앞두고 리그 최고 포수인 양의지와 FA(자유계약선수) 계약했다. 병역 의무를 마치고 2019년 8월 복귀했지만, 이미 백업으로 밀린 상황이었다. 2019시즌이 끝난 뒤 이어진 스토브리그에서는 협상에 난항을 겪었고, 결국 객관적으로도 예상보다 낮은 몸값(4년·13억원)에 NC에 잔류했다. 김태군은 2020시즌 백업 포수로 NC의 창단 첫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양의지가 주로 지명타자로 나선 2021시즌엔 팀 내 가장 많은 666이닝을 소화했다. 하지만 NC 창단 초기와 달리 그는 주역이 아니었다. 2021년 12월에는 삼성으로 트레이드되기도 했다. 삼성에서 다시 출전 시간이 줄었다. 개인 세 번째 FA 자격을 얻은 강민호가 삼성과 동행하며 안방을 지켰다. 김태군도 2022시즌 390이닝을 막았지만, 수 년째 백업으로 굳어진 게 사실이다. 그런 김태군이 다시 주전 포수가 됐다. 5일 삼성과 KIA 사이 단행한 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겨울부터 불거졌던 소문이 현실이 됐다. KIA엔 김태군의 자리를 위협할 경쟁자가 없다. 안방 전력이 약해 주전급 내야수 류지혁을 삼성에 보내고 김태군을 영입한 팀이다. 김태군에겐 큰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아직 전반기도 끝나지 않았다. 9위까지 떨어진 KIA의 반등을 이끈다면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 마침 2023시즌을 마치면 두 번째 FA 자격도 얻는다. 지난 5년, 특유의 근성과 내면에 감춘 독기로도 극복할 수 없었던 현실의 벽과 싸운 김태군에게 다시 비상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7.0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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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LG 이상영의 부진, 2군 성적과 1군 무대의 '괴리감'

8승 1패 평균자책점 2.63. 왼손 투수 이상영(23·LG 트윈스)의 올 시즌 퓨처스(2군)리그 성적이다.지난 12일 상무야구단(국군체육부대)에서 전역한 이상영은 이틀 뒤 곧바로 1군 복귀전을 치렀다. 염경엽 LG 감독은 "한 달 정도 꾸준하게 기회를 줄 거다. 무조건 선발"이라며 기대를 내비쳤다. 군 복무 기간 스리쿼터로 전환한 이상영은 2군에서 무시무시한 성적을 쌓아 올렸다. 등판한 9경기에서 8승을 따내 2군 다승 1위. 영상으로 그의 투구를 지켜본 염 감독이 선뜻 1군 선발 자리를 내준 배경이다.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이상영은 선발 등판한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했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2.06. 구속이 빠르지 않은데 제구까지 흔들려 버티기 힘겨웠다. 20일 창원 NC 다이노스전(1과 3분의 1이닝 3실점)을 지켜본 염 감독은 이튿날 이상영을 1군 엔트리에서 뺐다. 1군 등록 불과 일주일만이었다. "한 달 정도 기회를 주겠다"던 공언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조정했다.이상영의 2군행을 두고 한 야구 관계자는 "그만큼 1·2군의 차이가 크다"고 말한다. 이상영처럼 2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1군에서 자리 잡지 못한 선수가 적지 않다. 이성규(삼성 라이온즈)도 그중 하나디. 이성규는 경찰야구단 소속이던 2018년 2군 홈런왕과 공동 타점왕을 차지했다. 그해 71경기에서 때려낸 홈런이 31개. 한 경기 4연타석 홈런이라는 진기록까지 세웠지만 소속팀 복귀 후 1군 경쟁에서 밀렸다. 2019년 2군 타율 0.395를 기록한 강한울(삼성)과 2020년부터 2년 연속 2군 홈런왕에 오른 이재원(LG)도 마찬가지다. 2017년 2군 평균자책점 1위 임지섭(전 LG)은 지난해 10월 방출됐다. 선수층이 얇은 프로야구 특성상 2군 전력은 짜임새가 떨어진다. 육성보다 '윈나우'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웬만큼 잘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1군에 콜업된다. 전체적인 2군 기량이 떨어져 성적이 널을 뛴다. 이를 두고 "2군 기록에 거품이 있다. 숫자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구단 관계자도 있다. 그만큼 기록을 더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다.심리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1군에서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역효과를 낸다. 2017년 은퇴한 박윤(현 한화 이글스 2군 타격 코치)은 2군에서 잔뼈가 굵었다. 2012년부터 2군 타율이 4년 연속 3할 2푼 이상. 2014년부터 4년 연속 2군 두 자릿수 홈런까지 때려낸 유망주였다. 그런데 1군만 올라가면 맥을 못 췄다. 유니폼을 벗을 때 1군 통산 타율이 0.188로 2군 통산 타율(0.335)과 차이가 컸다.앞서 그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은퇴하고 생각해 보니 항상 1군에 있을 때면 타격과 수비에서 모두 더 정확하고 확실하게 하려는 게 컸다"며 "그 마인드가 오히려 몸을 긴장시키고 부담을 느끼게 하지 않았나 싶다. 그걸 깨닫고 나니 이미 너무 늦었더라"고 말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6.23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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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이대은, '은퇴 인사' 게시물에 日 시절 사진 올려

전격 은퇴를 선언한 전 KT 위즈 투수 이대은(33)이 자신의 SNS를 통해 직접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이대은은 지난 16일 자신의 SNS에 “갑작스런 소식에 저를 생각해주시는 팬 분들께서 많이 놀라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이런 선택을 하게 됐다”며 “야구에 대한 미련은 없다. 다만 야구장에서 선후배, 팬분들과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게 다가온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승이라는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KT 위즈 식구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팬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KT 구단은 지난 13일 이대은의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큰 부상 없이 한창 던질 수 있는 나이대라 은퇴가 갑작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무엇보다 이대은이 한국프로야구 시스템의 많은 배려와 도움을 받으면서 한국 야구의 중흥기를 이끌 스타 재목이라는 기대가 컸기에 이번 은퇴에 대해 팬들이 더 아쉬워하고 있다. 또한 이대은이 이번 은퇴 인사를 전한 SNS 게시물에는 KT에서 뛸 때의 사진이 아닌 일본프로야구 지바 마린스 시절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진을 올렸는데, 이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낸 팬도 많았다. 이대은은 2007년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으나 빅리그에 입성하지 못했고, 2015년부터 2년간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뛰었다. 경찰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한 그는 2019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KT 지명을 받아 3시즌간 95경기 7승 8패 9홀드 19세이브 평균자책점 4.31을 기록했다. 이은경 기자 2022.01.1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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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2군 타격왕' 밀어주기 논란, 숨은 진실은?

KBO 클린베이스볼센터는 지난 13일 "퓨처스(2군)리그에서 '타격왕 밀어주기'를 위해 고의로 느슨한 수비를 펼친 팀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국군체육부대(상무) 야구단 소속 내야수 서호철(25)이 지난 8~9일 문경 2군 경기에서 상대 팀인 KIA의 도움을 받아 남부리그 타격왕에 올랐다는 것이다. 서호철은 이 2경기에서 연속 멀티 히트로 타율 0.388을 기록하면서 롯데 김주현(0.386)을 근소한 차로 제치고 타격 1위를 확정했다. 제보자가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서호철이 친 안타 4개 중 2개가 번트안타였다"는 점이다. 서호철은 8일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기습 번트를 대 투수 앞 내야안타로 연결했고, 9일에도 1회 첫 타석에서 3루수 쪽 번트안타로 출루했다. 제보자는 "서호철은 올 시즌 번트안타가 하나도 없었고, 오른손 타자라 번트를 내야안타로 만들기도 어려운 선수다. 상무 측에서 서호철을 타격왕으로 올리기 위해 KIA에 부탁했다는 정황이 있다. 실제로 KIA 내야진이 서호철의 번트 타구를 적극적으로 수비하지 않고 뒤로 물러나 고의로 안타를 만들어줬다"고 주장했다. 클린베이스볼센터는 즉각 조사위원회를 꾸려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정금조 클린베이스볼센터장은 "관련 팀들로부터 경위서를 받았고, 해당 경기 때 현장에 있던 KBO 경기운영위원과 기록위원, 심판, KIA와 상무 2군 감독, 선수, 현장 관계자들의 얘기를 듣고 있다. 최대한 자세히 상황을 파악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KIA와 상무는 논란이 불거지자마자 "특정 선수를 타격왕으로 밀어줘야 할 이유가 없다"며 강력하게 부인했다. KIA는 "번트안타가 없던 선수라서 번트 수비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고, 상무는 "서호철은 번트안타 외에도 2루타 포함 2안타를 더 쳐서 타격왕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보자가 '밀어주기'의 이유로 내세웠던 '상무의 갑질'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상무는 2019년 경찰야구단 해체 후 현역 선수가 야구를 하면서 군복무할 수 있는 유일한 팀으로 남았다. 구단들 입장에선 입대 선수를 한 명이라도 더 상무에 보내고 싶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상무 감독에게는 선수 선발 권한이 없다. 2018년부터 야구단도 다른 종목처럼 국방부 인력이 포함된 선수 선발위원회가 1차 서류전형과 2차 체력·신체·인성 검사를 거쳐 최종 명단을 추린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이름값 높은 선수가 지원해 감독이 데려오고 싶다고 해도, 체력 테스트에서 탈락하면 못 간다. 예전엔 각 구단 사정을 살피느라 팀별 선수 안배를 했는데, 요즘은 그런 문화도 사라졌다"고 했다. KIA 입장에선 굳이 무리해가며 상무에 '잘 보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심지어 서호철은 KIA가 아닌 NC 소속이다. 그 경기를 끝으로 전역해 NC에 복귀했다. 오히려 남부리그 타격왕 경쟁을 하던 김주현이 해당 2연전에 앞서 KIA 2군 포수에게 "볼넷도 좋고 사구도 좋으니 서호철에게 안타는 맞지 말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게 조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롯데 관계자는 19일 "선수가 '그런 내용을 보낸 게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강요'나 '청탁'의 느낌은 아니었다고 한다"며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내용인 것은 인정한다. 구단 내부적으로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명예에 큰 타격을 입을 뻔했던 KIA와 머쓱해진 롯데. 갑작스러운 2군 '타격왕 밀어주기' 논란의 쟁점이 다른 쪽으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KBO 관계자는 "아직은 크게 의심스러운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배영은 기자 2021.10.1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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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예약→클로저→아픈 손가락, 재기 노리는 이대은

우리 나이로 33살. 이제 무대도 보직도 안착할 시점이다. 이대은(32·KT) 얘기다. 이대은은 지난 9일 광주-기아 챔프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전에서 소속팀 KT가 2-9로 지고 있던 6회 말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냈다. 그는 지난해 12월 오른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그동안 재활 치료에 매진했다. 지난달 8일 퓨처스리그 경기에 등판해 복귀 시동을 걸었고, 지난해 10월 18일 인천 SSG전 이후 264일 만에 1군 무대를 밟았다. 첫 타자로 상대한 김선빈, 후속 김태진에게는 모두 포심 패스트볼만 구사했다. 연속으로 내야 땅볼을 유도했다. 4번 타자 최형우와의 승부에서는 좌전 안타를 맞았다. 볼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포크볼을 2구 연속 구사해 헛스윙 1개를 끌어냈지만, 풀카운트에서 던진 포심 패스트볼이 다소 높았다. 후속 류지혁과도 풀카운트 승부. 포크볼을 결정구로 헛스윙을 유도하며 이닝을 마쳤다. 단 한 경기로 이대은의 투구를 평가하긴 어렵다. 하지만 시속 150㎞ 육박한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 주무기 포크볼의 낙폭과 구속은 나쁘지 않았다. 이강철 감독은 이대은의 복귀 조건을 묻는 말에 항상 "구위와 포크볼의 움직임, 둘 중 한 가지라도 제 모습을 찾아야 한다"라고 했다. 여기에 가운데로 몰리지 않는 제구가 동반돼야 주요 보직에 활용할 수 있다는 뜻도 전했다. 일단 이대은은 복귀전에서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KT는 75경기에서 45승30패를 기록, 2위 LG에 2게임 차 앞선 리그 1위를 지키고 있다. 선발진 5명이 모두 10승 이상 바라볼 수 있는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고, 신·구 조화가 두드러지는 야수진도 힘이 있다. 그러나 선발진과 필승조 사이를 잇는 허리진은 유일한 약점. 이런 상황에서 가세한 이대은은 그야말로 단비다. 최근 불펜에서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박시영과 함께 KT의 6·7회 수비를 막아줄 자원으로 기대된다. 이대은 개인적으로도 반등이 절실하다. 이대은의 야구 인생은 순탄하지 않았다. 고교(신일고) 3학년이었던 2007년 시카고 컵스와 계약하며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2014년에는 트리플A를 밟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메이저리그(MLB) 도전은 포기했다. 그해 겨울 일본 리그 지바 롯데와 계약했다. 일본 무대에서 2시즌 동안 뛰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2015년 11월 열린 프리미어12 국가대표팀에도 선발됐다. 이후 경찰야구단에서 복무를 소화한 뒤 해외파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2019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KT의 지명을 받았다. 2차 드래프트가 열리기 직전, 이대은의 해외 무대 재도전설이 불거졌다. 야구팬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입성한 KBO리그에서도 기대에 못 미쳤다. 데뷔 시즌부터 선발 투수를 맡았지만, 부상과 부진으로 자리를 내줬다. 시즌 중반 이후 마무리 투수로 변신하며 KT의 창단 최고 승률(0.500) 마크에 기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0시즌은 초반부터 극심한 난조를 보이며 2군으로 내려갔다. 무려 석 달 만에 1군에 복귀했지만, 쓰임새가 크지 않았다. 시즌 종료 뒤에는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남다른 스타성으로 기대받던 이대은은 이후 KT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잘할 때는 트레이드마크였던 장발을 두고도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지명 순위, 이력,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 '팀에 기여하고 있는 선수인가'라는 물음에 긍정할 수 있는 선수가 인정받는다. 마침 KT는 창단 최고 성적(정규시즌 1위)을 노리고 있는 상황. 가장 필요한 불펜 가세 전력이 된 이대은도 딱 좋은 재기 무대를 갖게 됐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co.kr 2021.07.13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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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튼 감독과 긴밀한 신뢰 구축, 도약 호기 맞이한 김민수

롯데 내야수 김민수(23)가 타석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래리 서튼 감독 체제에서 좋은 기운을 얻고 있다. 김민수는 지난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주중 3연전 2차전에 7번 타자·2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을 기록하며 롯데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2회 초 첫 타석에서 키움 선발 투수 제이크 브리검으로부터 우전 안타를 치며 배트를 예열한 그는 롯데가 1-2로 뒤진 4회 초 2사 1루에서 브리검의 슬라이더를 공략,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 홈런을 때려냈다. 이 홈런은 김민수의 통산 첫 홈런이다. 2017 2차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에 지명된 그는 장타력을 갖춘 내야수로 주목받으며 10경기에 출전했다. 이후 경찰야구단에서 복무를 마쳤고, 2019시즌 복귀, 그동안 2군에서 실력을 갈고 닦았다. 데뷔 42경기 만에 첫 아치를 그리며 도약 발판을 만들었다. 롯데는 김민수의 홈런으로 역전했고, 추가 1득점 하며 2점 차로 앞섰다. 불펜진이 실점 없이 리드를 지켜내며 승리했다. 김민수의 홈런은 이 경기 결승타가 됐다. 결승타로 시즌 1호다. 경기 뒤 김민수는 "(홈런) 손맛은 미쳐 느낄 여유가 없었다"고 웃었다. 불리한 볼카운트(0볼-2스트라이크)에서 공략해 만든 홈런에 대해서는 "낮은 코스에 헛스윙이 나와서, 높은 코스를 노린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전했다. 김민수는 지난해 1군 무대에 3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내야 유망주가 퓨처스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볼멘소리를 내는 롯데 팬도 많았다. 그러나 김민수는 "2군에서 타석을 많이 소화한 덕분에 (1군에서)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며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서튼 감독과의 교감과 호흡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김민수는 지난 22일 두산전에서 아쉬운 수비를 했다. 3-3 동점이었던 연장 10회 말 2사 1·3루에서 두산 장승현의 땅볼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냈지만, 송구까지 연결시키지 못했다. 끝내기 패배 빌미를 제공했다. 김민수는 "뒤에 (유격수) 마차도가 있어서 잡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라며 말끝을 흐린 뒤 "적극적으로 수비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독이 된 것 같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자칫 주눅들 수도 있는 플레이. 서튼 감독이 독려했다. 김민수는 "서튼 감독님이 '팀과 네(김민수)가 모두 올라갈 일만 남았으니 그런 일(실책성 플레이)에 얽매이지 말아라'라고 조언해준 덕분에 금방 회복했다"라고 전했다. 김민수는 지난해 2군 감독으로 부임한 서튼 감독과 짧지 않은 호흡을 맞췄다. 그는 "보이지 않는 신뢰가 쌓였다. 야구장 밖에서는 마치 아버지 같은 사적인 얘기도 나눈다. (나에게) 믿음을 주시고 있고, 보답하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수 입장에서는 자신을 꾸준히 지켜본 지도자가 1군 사령탑을 맞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한 단계 도약을 노려볼 호기다. 신뢰도 깊은 편.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을 갖춘 만큼 출전 기회도 점차 많아질 전망이다. 롯데는 1일 키움 1차전에서 투수에서 포수로 전환한 나종덕이 데뷔 첫 승을 거두며 활약했고, 포수 지시완도빼어난 수비력을 증명했다. 외야 기대주 추재현도 홈런을 때려냈다. 2차전에서는 김민수와 강로한이 홈런을 쳤다. 강로한은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전환한 선수. 2019시즌 104경기에 출전하며 잠재력을 증명했지만, 지난해는 16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도 차세대 주전감. 상동의 거인들이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6.0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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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IS]두산, 전천후 투수 확보→마운드 변수 대비

두산이 마운드를 보강했다. 즉시 전력 투수를 얻었다. 두산은 28일 오전 NC로 이적한 내부 자유계약선수(FA) 이용찬의 보상 선수를 지명했다. 우완 사이드암 투수 박정수(25)가 그 주인공. 구단은 "코칭스태프, 프런트가 보상 선수 명단을 검토한 결과, 팀 전력에 가장 도움이 되는 선수라고 판단했다"라고 배경을 밝혔다. 박정수는 2015 2차 신인 드래프트 7라운드에 KIA 지명을 받았고, 입단 첫해 1군 무대에 데뷔해 19경기를 소화했다. 데뷔 세 번째 등판(7월 8일)에서 선발로 나서 키움 타선을 5이닝 동안 2점으로 막아내며 주목받았던 투수다. 준수한 외모도 화제를 모았다. 군 복무(경찰야구단)도 비교적 빨리 마쳤다. 그러나 이후 성장세가 더뎠고, 팀도 옮겼다. 지난해 NC와 KIA 사이 2 대 2 트레이드로 NC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NC는 투수 장현식과 야수 김태진을 KIA에 보내며 문경찬과 박정수를 영입했다. 당시 박정수는 서브 카드였다. 2021시즌은 3경기에 나섰다. 지난 2일 창원 키움전에서 대체 선발 투수로 투입,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호투했다. 9일 KT전, 15일 KIA전도 선발로 나섰다. 그러나 다른 선발 투수 송명기가 부상 치료를 마치고 복귀한 뒤 2군으로 내려갔다. 구단은 박정수를 2군 선발 로테이션에 투입, 이닝 소화 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한 뒤 부상이나 부진으로 1군 선발 투수가 이탈하면 콜업할 계획이었다. 두산은 이영하가 부진하며 2군으로 내려간 뒤 생긴 공백을 2018 1차 지명 유망주 곽빈이 메우고 있다. 이영하도 조만간 1군에 복귀할 전망이다. 최원준은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해내고 있고, 유희관도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부상과 부진 변수를 대비해야 한다. 경험이 부족한 곽빈은 코칭 스태프 차원에서 계획을 갖고 휴식을 부여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보상 선수 지명. 박정수가 선발로 나설 수 있는 투수라는 점이 주목된다. 두산은 선발(이용찬)을 잃고, 선발(박정수)을 얻었다. 예비 선발 자원 확보가 이뤄졌다. 개막 직전, 양석환을 영입하며 LG에 보낸 '전천후' 투수 함덕주의 빈자리까지 메울 수 있는 투수다. 롱릴리버로도 활용할 수 있다. 두산은 최근 홀드 1위를 지키던 이승진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전까지 1이닝 이상 소화하는 임무를 맡았던 우완 투수 김민규를 7·8회에 투입해야 할 때도 있다. 박정수는 선발 투수가 긴 이닝을 막지 못한 상황에서 투입될 수 있다. 사이드암 투수가 한 명 더 늘어나면서, 기존 투수 박치국와 최원준과의 시너지도 기대해볼 수 있다. 박정수는 28일 대구 삼성전에 바로 합류한다. 등 번호는 45번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5.2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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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20년 동행' 정수빈·허경민 "혼자가 아니기에"

"우리가 신년 특집이요? 설마 1면은 아니죠?" (정수빈)"1면 맞아요? 우리, 성공했네요." (허경민) 정수빈(31)과 허경민(31·이상 두산)은 인터뷰하는 동안 '우리', '함께'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둘은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주시하고, 미래를 그리는 모든 순간에 '동행'했다. "서로에 대해 너무 좋은 얘기만 하면 재미없지 않겠느냐"며 낯간지러운 대화를 경계한 두 선수. 팀의 미래에 관해 얘기를 나눌 때는 "함께 가는 친구가 있어 다행"이라며 웃었다. 둘의 표정이 어쩐지 비슷했다. 정수빈과 허경민은 고교 졸업반인 2008년 운명처럼 만났다.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제23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두산에서 함께 뛰고 있는 박건우도 마찬가지. 18세 소년들은 그 대회에서 미국을 꺾고 우승하며 기쁨을 만끽했고, 2주 뒤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선 나란히 두산의 2차 지명을 받았다. 출발선이 같았던 건 아니다. 정수빈이 비교적 빨리 1군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허경민은 2군에서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처한 상황은 달랐지만,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함께 그라운드에 서는 날을 머릿속에 그렸다. 2015년을 기점으로 꿈은 현실이 됐다. 정수빈은 외야, 허경민은 내야에서 두산의 왕조 시대를 활짝 열었다. '대박'도 함께했다. 두 선수는 2020시즌이 끝난 뒤 나란히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다. 다른 구단의 영입 구애가 있었던 것도 비슷했다. 고심 끝에 선택한 건 2009년 프로 기회를 열어준 친정팀 두산이었다. 허경민은 최대 7년, 총액 85억원에 계약했다. 정수빈은 6년 총액 56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일간스포츠는 2021 스토브리그 주인공이 된 허경민과 정수빈을 만났다. ▶목표는 장기 계약 성공 사례 -FA 계약 직후 '허경민이 귀찮을 정도로 연락을 많이 했다'고 언급했는데.정수빈(이하 정)="기분 좋은 귀찮음이었다. 계약을 고민하고 있을 때 경민이와 계속 연락했다. 집 앞에서 밥을 먹고 있으면 같이 먹자고 연락하더라. 그래서 함께 먹고 그랬다." 허경민(이하 허)="한 번은 혼자 밥 먹고 있는데 수빈이가 오더라. 서로 약속이 돼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이 정도면 너랑 나랑 떨어질 수 없다'고 얘길 했다(웃음)." -둘 다 KBO리그 역사에 남을 장기 계약에 사인했는데.정="6년 이상 장기 계약이 거의 없지 않았나. 그런데 경민이가 두산과 계약(최대 7년)하면서 '구단에서 이 정도로 해줄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장기 계약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다른 것보다 경민이랑 함께 야구를 했고, (박)건우랑 셋이서 두산의 원클럽맨으로 남았으면 했다." 허="(동반 FA 잔류로) 함께 하는 건 정말 좋은데 책임감도 생긴다. 우리가 잘하지 않으면 이런 계약이 또 나오기 쉽지 않을 거다. 젊었을 때 FA가 된 선수들이 장기 계약을 따내는 게 어려울 수 있다. 나 혼자라고 생각하면 부담이 클텐데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텐데.정="한화 구단의 오퍼가 있었다. 한화에 가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생각도 컸다. 두산은 잘하는 선수들이 워낙 많아서 (나는) 주로 밑에서 받쳐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만 했다. 이번 기회에 직접 끌고 가는 역할도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 '야구 커리어도 더 높아지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했다. 그 상황에서 경민이와 많이 대화했고, 결국 생각이 바뀌었다. 두산에서도 좋은 조건을 제시해주셨다." 허="구단이 장기 계약을 제안한 건 그만큼 우리에 대한 믿음이 크다는 뜻으로 판단했다. 수빈이가 말한 '도전'도 충분히 이해됐다. 그 생각이 강하다면 팀을 옮기는 게 괜찮다. 하지만 두산도 선수들이 젊어지는 추세라서 그 도전을 여기(두산)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네가 받은 두산 팬들의 사랑은 얼마의 가치가 있을까'라는 얘기도 했다." -어깨가 무거운 계약인데.정="경민이나 나나 본보기가 되고 싶다. 우리는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가 아니다. 나 같은 경우엔 남들이 봤을 때 (개인) 성적이 특출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홈런이 많거나 타율이 높지 않다는 평가를 인정한다. 하지만 수비를 비롯해서 정말 열심히 했다. 자신의 강점을 보여주면 좋은 결과가 있다는 걸 보여준 거 같다." -FA 계약 이후 달라진 게 있다면,정="마음이 안정됐다. 앞으로 걱정 없이 맘 편하게 야구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심리적인 안정이 크다." 허="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 매 시즌 '조금 더 하자'라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조금 더 잘하고 싶고, 조금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FA 계약은 야구 선수를 마쳤을 때 돌아보면 행복하겠지만, 지금은 치열하게 야구 해야 한다." ▶'에드먼턴 키즈' 비긴스-2008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이전엔 서로에 대해 잘 몰랐나.허경민="전혀 몰랐다. 대표팀에 소집된 후 인연이 시작됐다. 건우는 딱 봐도 서울 출신었다. 수빈이는 '저런 애가 어떻게 대표팀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머리카락이 짧았다. 유신고에 저런 선수가 있었나 싶었다. 체구는 작은데 정말 잘하더라." 정="난 당시 전국체전 대회를 뛰느라 대표팀 합류가 늦었다. 1차 소집과 2차 소집을 모두 못 갔다. 다른 선수들은 이미 안면을 튼 상태에서 운동하는데 나만 지각 합류했다. 하필 그때 삭발을 하고 있었다. 다들 '얘는 누구지'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때 팀(유신고)이 약체여서 전국대회 나가더라도 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콜드게임도 자주 당했다." -안치홍은 당시 "허경민과 김상수가 라이벌이었다"고 얘기했는데.허="겸손이 아니고 그 친구들은 나보다 기량이 한 단계 위였다. 내가 수비를 잘했다면, 다른 친구들은 공격과 수비에서 월등한 기량을 갖췄다. 평가는 감사하지만, (실력이) 정말 달랐다. 치홍이는 2루수, 상수는 외야수까지 봤다. 야구 센스나 감각이 달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함께했다는 게) 자랑스럽다." -스토리가 많은 대회였는데.(정수빈은 이 대회에서 올스타에 선정됐다) 정="준결승에서 내야 안타를 치고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손가락이 골절됐다. 다친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다음 경기가 결승전이었다. 이런 경기를 뛰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아서 참고 뛰었다. 결승전까지 다 뛰고 우승까지 했는데 선수들이 우승 세리머니를 할 때 나는 병원에 가서 치료받은 뒤 혼자 방에 있었다(웃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의 의미가 있다면.허="그때가 청소년대표팀의 마지막 국제대회 우승 아닌가. 장난으로 '우리가 마지막 우승이 됐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당시 이야기가 나오면 기분이 좋다. 대표팀에 뽑힌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고 자부심을 느꼈다. 잘하는 선수들 틈에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정="우승하고 프로에 갔다. 대부분 (그 대회를 뛴 선수들이) 잘됐다. 되돌아보면 추억도 정말 많고 벌써 10년이 넘었다는 게 감회가 새롭다. 사실 난 대표팀에 뽑힐 수 없는 조건이었다. 팀이 하위권이어서 운 좋게 뽑혔는데 '흙 속의 진주'였다(웃음)." -대회 우승 후 프로 지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지 않았나.허="당시 2차 지명을 기다리는 입장이었다. '어떤 팀에 갈까', '대학을 가야 하나'는 생각이 정말 많았던 시기다. 그때 지명받고 서로 축하한다고 개인 SNS(소셜미디어)에 글을 남기고 그랬다." 정="드래프트에 큰 관심이 없었다. 안 뽑혀도 무조건 신고선수(육성선수)로 갈 생각이었다. 운동하고 있는데 2차에 뽑혔다는 얘길 누가 해줬다. 당시에는 '2차 뒷순위에 뽑혀서는 프로에 가더라도 출전 기회를 잡기 어렵다. 차라리 대학을 가라'는 얘기가 많았다. 난 대학 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프로에 가기만 하면 잘할 자신 있었다. 대학에 가면 4년, 군대 2년, 프로 자리 잡는 데 2~3년 걸린다. '야구 좀 하려고 하면 서른 살이 되지 않을까', '못하더라도 프로에서 해보자'고 생각했다." -에드먼턴 대회처럼 큰 경기를 뛴 경험이 프로 무대에서도 영향을 미쳤을까. 정="아무래도 큰 대회 경험이 중요하다.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긴장을) 즐길 수 있다. 중요한 경기에서 긴장하고 부담을 느끼는 선수가 있다. 성격에 따라 그걸 즐길 수도 있는 것 같다. 출전 기회를 많지 얻지 못했던 선수들이 오히려 큰 경기에서 잘할 수 있다. 워낙 기대치가 높은 선수들은 잘해야 본전이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부담이 있다." ▶경쟁자, 그리고 동반자 -두산 입단 첫 시즌을 떠올려 본다면.정="나는 입단 첫해부터 1군에 안착했다. 운이 좋았다. 당시 김경문 감독님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마침 기회도 왔다. 주축 선수이셨던 이종욱 선배가 다치신 게 팀의 불행이었지만, 그 상황에서 출전 기회가 많아져 나를 알릴 수 있었다. 타이밍 덕분이었다." 허="나는 1년 차 때 2군에 있었다. 수빈이가 너무 멋있었다. 스무 살 선수가 1군에서 그토록 잘할 수 있다는 게 놀랐다. 더 잘해주길 응원했다. 또래 선수가 1군에서 잘하는 모습은 나에게도 힘이 됐다. 만약 수빈이가 못했다면 '프로의 벽이 그렇게 높은가'라고 생각하며 위축됐을 것 같다." -팀 내 입지가 달라지면 서로 멀어지기도 한다. 정="항상 경민이와 건우에게 '너희는 무조건 나보다 더 잘 된다'고 말했다. 두 친구의 실력이 나보다 월등하다는 것을 잘 알았다. 내가 먼저 1군에 자리 잡았지만, 결국 두 선수가 더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친구 하나가 먼저 앞서가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내 말이 건방지게 들렸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때 나는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해줬다. 결국 내 말대로 두 친구가 더 잘하지 않나." 허="수빈이가 진짜 그런 말을 해줬다. 격려도 많이 받았다. 무엇보다 매 순간 세 친구가 함께 있었다는 자체가 가장 큰 힘이 됐다. 나는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왔을 때도 수빈이네 집에서 잤다. (서로 다른 위치에 있었어도) 항상 교감했다." -둘 다 경찰야구단에서 복무했다.(허경민은 2010~11년, 정수빈은 2017~18년)허="수빈이는 까마득한 아래 기수다. 보이지도 않는다. 난 스물한 살 때 막내로 가서 고생 좀 했다. 수빈이는 들어보니까 좀 편안하게 한 것 같다. (전 두산 동료인) 민병헌 형도 내 후임으로 들어왔다. 내가 '교육'을 좀 하면 병헌이 형이 '우린 나가서도 본다'며 핀잔을 줬다. 물론 군 복무를 함께하며 더 친해졌다. 그 시간을 겪으면서 단단해질 수 있었다. 2군 생활을 겪어보지 않은 선수들은 잘 모른다. 늦게 핀 꽃이 오랫동안 지지 않는다." -두 선수의 야구 인생 전환점은 2015년 포스트시즌이 아닐까.(정수빈은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허경민은 안타 23개를 때려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웠다)정="그해 두산이 14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이후 가을의 강팀으로 거듭났다. 개인적으로도 MVP를 수상했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허="2015년 포스트시즌은 '두산이 가을 야구에서 잘한다'는 이미지를 야구팬에 심어준 계기가 됐다. 수빈이도 MVP를 수상했다. 그 경력은 은퇴 뒤에도 정말 큰 영광으로 남을 것 같다. 지난 얘기지만, 난 조금 아쉽다. 데일리 MVP에도 선정되지 못했다. 수상하고 싶으면 강하게 어필할 필요도 있다는 걸 느꼈다(웃음)." 정="솔직히 경민이가 포스트시즌에서 A급 활약을 했다. 시리즈 MVP도 경민이로 굳어지는 듯 보였다. 그런데 내가 5차전 7회 말에 3점 홈런을 치면서 (MVP 투표 표심이) 바뀐 것 같다. 'A+'급이 나와버린 거다(웃음)." 허="수빈이는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왼 검지 부상을 당했다. 스토리도 있었다. 평생 남는 (수상) 기록이다. 그때는 '팀이 우승하면 만족한다'고 했지만 돌이켜 보면 진짜 아쉽다. 이제 현역 은퇴까지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 재경신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 같다(웃음)." -두산은 왜 강팀인가. 정="모든 선수가 백업부터 시작한다. 주전을 맡은 선배를 보고, 배우고, 그 선배처럼 되기 위해 노력한다. 나이가 들어 주전을 맡았던 선배가 은퇴하면 자연스럽게 그 길을 따라가던 선수가 자리를 물려받는다. 그런 문화가 있다. 경민이는 손시헌 선배, 나는 이종욱 선배를 롤모델로 삼았다. 이제 우리가 (후배들을) 끌고 가야 할 위치다. 후배들이 나와 경민이를 보며 따라와 줄 것이다. 자리도 넘볼 것이다. 이런 선순환이 이어진다면 두산은 더 강해지고, 앞으로도 계속 강팀으로 남을 것이다." 허="2015년 우승할 때, 젊은 선수였던 나와 수빈이가 조금은 (선배들을) 서포트를 했기 때문에 두산이 강팀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선배들 역할을 우리가 해야 한다. 두산도 (다음 시대를 이끌어갈) 젊은 야수들이 나와야 한다. 우리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나 혼자라면 힘들 것이다. 그러나 수빈이와 건우가 있기 때문에 큰 힘이 될 것 같다. 안 그래도 요즘 팀의 미래를 위해 얘기를 많이 나눈다." ▶진정한 프랜차이즈 스타의 길-힘든 순간마다 서로에게 힘이 됐을 것 같다.정="건우까지 세 친구가 모두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모여서 밥 먹고, 얘기하고, 가끔 맥주도 한 잔 마신다." 허="그 자리에서 했던 얘기가 있다. '너희가 있어서 외롭지 않다'고. 같이 못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웃음)." 정="맞다. 솔직히 같이 못 하고 있어야 공감대가 형성된다. 잘하는 애는 그냥 웃고만 있을 것이다." 허="두 명이 못하고 한 명이 잘할 때면, 그 한명이 다른 친구의 눈치를 보기도 한다. 잘하든 못하든 서로 위로하지만, 그것보다 같이 못 하고 있을 때 위안을 받은 기억이 더 남는다. 확실한 건 세 친구가 같이 있을 때는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 같다." -서로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정="경민이가 동기 중 가장 리더십이 있다. 실제로 후배들을 가장 잘 이끈다. 조금 더 잘 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내 할 일을 하면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을 주려고 한다. 경민이를 열심히 돕겠다." 허="수빈이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웃음). 앞으로 6년 동안 이전보다 더 서로를 의지하게 될 것 같다. 지칠 때 일으켜주고, 힘들 때 토닥이며 힘이 돼줄 것이다. 6~7년 뒤 '마무리도 잘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에서는 일단 수빈이도 좋은 짝을 만났으면 좋겠다. (나처럼) 내조를 받으면서 야구를 하면 더 잘할 것이다. 함께 가족 여행도 가고 싶다. 그런데 둘(정수빈·박건우) 다 짝이 없다(웃음)." -이전과 다른 이미지를 만들고 싶진 않나.정="'잠실 아이돌'이라는 별명이 있다. 여전히 어색하다. 그러나 은퇴한 뒤에도 들으면 영광일 것 같다. 김원형 SK 감독님도 영원한 '어린 왕자'로 통하지 않나. 내가 하던 야구를 은퇴할 때까지 계속 보여주고 싶다." 허="나는 별명보다는 내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 더 나이가 들면 할 수 없는 것들을 해내는 데 집중하겠다. 신체 능력은 당연히 떨어지게 마련이다. 야구를 가장 잘할 수 있는 나이와 위치에 있는 만큼 더 좋은 타구를 생산해서 더 좋은 기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허="프랜차이즈 선수는 한 팀의 이미지다. 은퇴하실 때까지 잡음 없이 훌륭한 기록을 남기신 박용택 선배가 LG의 이미지다. 한 팀에서만 뛰었다고 프랜차이스 스타라는 수식어가 붙을 순 없다. '팬들에게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 정="같은 생각이다. 박용택 선배처럼 기억에 남는 선수가 돼야 한다. '본인들의 역할을 잘해내며 두산에 헌신한 선수였다'고 인정받는 게 프랜차이스 스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후배들도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도 해야 한다." 배중현·안희수 기자 2021.01.01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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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피플] 창원산 '히트상품' NC 강진성…억대 연봉 정조준

입단 9년 만에 잠재력을 폭발시킨 NC 강진성(27)이 연봉 '대박'을 노린다. 강진성은 올 시즌 NC가 배출한 '히트상품'이다. 121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9(395타수 122안타), 12홈런, 70타점을 기록했다. 432타석을 소화해 규정타석(446) 진입에는 아쉽게 실패했다. 하지만 공격 전 부문에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팀 내 최다안타 6위, 2루타 4위, 타점 5위에 오르며 단숨에 주전 1루수 자리를 꿰찼다. 관심이 쏠리는 건 그의 연봉이다. 강진성의 2020시즌 연봉은 3800만원이다. 신인이 받는 리그 최저 수준(2700만원)에 가까웠다. 연봉이 워낙 적어 인상률이 높아질 수 있는 조건이다. 올해 성적까지 좋으니 수직 상승이 유력하다. 특히 NC는 올 시즌 창단 첫 통합우승까지 차지해 확실한 연봉 인상 플러스 요소까지 갖췄다. 강진성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6경기에 모두 선발 1루수로 출전해 타율 0.304(23타수 7안타)로 활약했다. 3차전에선 4타수 3안타로 임팩트를 보여줬다. 통합우승 기여도가 작지 않다. 팀 안팎에서는 "NC에서 강진성이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많다. NC 구단 역대 최고 인상률은 지난해 겨울 투수 박진우가 받은 300%(4000만원→1억6000만원)이다. 타자로 범위를 좁히면 2014년 12월 박민우의 265.4%(2600만원→9500만원)가 1위. 포지션을 비롯해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박진우의 상승률 기록은 깨기 힘들다. '200%+α'에서 합의점을 찾을 게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최소 200%만 인상되더라도 강진성은 데뷔 첫 억대 연봉 반열에 오른다. 1년 만에 처지가 달라졌다. 강진성은 2013년 데뷔 후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1군에서 한 시즌 200타석 이상 소화한 경험이 아예 없다. 포지션만 계속 바뀌었다. 경기고 재학 시절엔 주로 3루를 맡았다가 2014년 경찰야구단 복무 당시 포수로 전환했다. 2년 뒤 팀에 복귀했을 때는 어깨 수술 영향으로 외야수로 뛰었다. 올 시즌 전망도 어두웠다. 개막전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시즌 첫 7경기에서 대타로만 4경기(6타석)를 소화했다. 하지만 모창민이 어깨 부상을 당하면서 기회를 잡았다. 어렵게 잡은 선발 1루수 출전 기회를 살리며 드라마틱한 반전이 시작됐다. 개막에 앞서 열린 연습경기 때 레그킥을 버리고, 노 스트라이드(no stride)를 장착한 게 신의 한 수였다. "타격 타이밍이 늦다"는 코칭스태프의 조언을 받아들였는데 결과가 180도로 달라졌다. 정확도가 상승했고 파워까지 늘었다. 유망주 껍질을 깨자 실력이 만개했다. NC는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오재일(삼성 이적), 허경민(두산 잔류), 최주환(SK 이적)을 비롯한 내야수 영입을 하지 않았다. 외국인 타자는 중견수 애런 알테어의 재계약이 유력하다. 팀 상황을 보면 강진성이 내년에도 NC의 주전 1루수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동욱 감독이 믿고 내는 선수로 자리 잡았다. 연봉 인상에 주전 자리 확보까지, 강진성의 올겨울은 누구보다 따뜻하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0.12.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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